세상의 휘둘림에 아랑곳없이 88올림픽이 열리던 해에 3개월의 시차를 두고 갑작스럽게 남편과 아들을 저세상으로 떠나 보냈습니다. 그때 그녀가 가장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자신은 지옥 같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 세상은. 사람들은. 아랑곳없이 올림픽 축제에 환호하는 상황이었다지요. 독재 시절, 끔찍한 고문에도 남다른 의지력을 발휘했던 전설적인 민주투사가 바닥으로 내동댕이쳐지는 심정이 된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지옥이 따로 없는 고통을 당하고 있는데 고문실의 라디오에선 아무 상관 없다는 듯 화창한 날씨나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평화로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더라네요. 그게 그렇게 절망스러웠답니다. 세상으로부터 소외되고 배제되었다는 느낌은 소설가의 남다른 심리적 내공도, 투사의 강철 같은 의지도 단번에 무력화시킬 만큼 강력하고도 파괴적.. 더보기 이전 1 ··· 622 623 624 625 626 627 628 ··· 1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