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 가더라도 충만하게 가고 싶었다. 생각지 못한 기회로 내마음보고서를 처음 접했다. 내마음보고서에는 나에게 주는 시 한편이 있었다. 김충규 시인의 ‘가는 것이다’ 나란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는, 그리고 앞으로를 위해 다독여주는 시를 처방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가는 것이다 김충규 어둠에 발목이 젖는 줄도 모르고 당신은 먼 곳을 본다 저문 숲 쪽으로 시선이 출렁거리는 걸 보니 그 숲에 당신이 몰래 풀어놓은 새가 그리운가보다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발목을 다친 새이므로 세상의 어떤 숲으로도 날아들지 못하는 새이므로 혀로 쓰디쓴 풍경이나 핥을 뿐 낙오가 우리의 풍요로움을 주저하게 만들었지만 당신도 나도 불행하다고 말한 적은 없다 어둠에 잠겨 각자의 몸속에 있는 어둠을 다 게워내면서 당신은 당신의 나는 나의 내일을 그려보는 것.. 더보기 이전 1 ··· 463 464 465 466 467 468 469 ··· 1128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