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에게 온 손편지들을 책상 위에 양껏 펼쳐놓고 있습니다.
그 필적이며 내용들에 마음이 풍선처럼 떠오르기도 하고
목화이불처럼 포근해 지기도 합니다.
이맘 때면 잊지 않고 안부를 물어주는 이들이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맙고 신기한 일인지 모릅니다.
한 해를 보내고 또 한 해를 맞이하는 날들에는
그리운 이름들을 떠올리며 안부를 묻는 것 말고
또 무엇을 할 수 있겠어요.
"아픈 데는 어떠냐고
걱정스레 묻는 친구의
전화 한 통
보고 싶다
단 한 줄 적혀 있는
사랑하는 사람의
편지 한 통
인생에서
그 한 통이면
충분하다
물 한 통처럼"
-이준관<한 통>
그럼 충분하고 말고지.
더 뭘 바래.
"중국에는 편지를 천천히 전해주는
느림보 우체국이 있다지요
보내는 사람이 편지 도착 날짜를 정할 수 있다지요
한 달 혹은 일 년, 아니면 몇 십 년 뒤일 수도 있다지요
당신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냅니다
도착 날짜는 먼 훗날"
-고영민<통증>
그거 좋겠다.
"그해 봄 결혼식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
-송찬호<찔레꽃>
나라도 그랬겠어.
"들판에 선 나무는 주소지를 찾아
영원히 가고 있는 편지라고 하면 어떨까
(…)
잔가지만 무성해진 나무 한그루 나는
아직 주소지에 닿지 못한 편지
바람 불면 펄럭 펄럭
봉인해 두었던 그리움만 쏟아낸다네"
-박유라<나무편지>
아직 주소지에 닿지 못한.. 어쩜.
"하루 종일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사람들 속에서 아침이 왔고, 점심이 왔고, 저녁이 왔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해 오늘 하루 온전히 당신을 그리워하지 못했다.
당신에게 편지 한 줄, 비밀 한 줄 쓰지 못했다"
-이은봉<혼자 있는 시간을 갖지 못했다>
혼자 있는 시간 갖지 못하면 결국, 무너져.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이기철<하늘을 만지는 나무>
어떤 이에게 이런 저런 설명하는 편지 쓰다가
‘상추잎 같은 편지’라는 구절 떠올라 모두 지우고 다시 썼지.
구구절절 다 생략하고 ‘늘 고마워요..’.라고.
그걸로 충분한 걸,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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