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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수의 '마음詩처방'

꼭 정신 안 차려도 돼요

6살 아이가 유치원 선생님에게 다가와 느닷없이 물었답니다. 

“선생님, 저 정신 차려요?”

“(화들짝)왜?”

“엄마가 저더러 정신 차리래요”

6살 먹은 아이가 무슨 정신을 차려야 하나요, 도대체. 

그러니 크면서는 오죽하려구요. 

세상은 그런 거라며, 

늘 호랑이 앞에 먹잇감으로 놓인 사람처럼 

정신을 바짝 차려야 살아 남을 수 있다고 윽박지릅니다. 

정해진 길에서 벗어나 흔들리는 것을 무슨 죄악으로 치부합니다.  

흔들리면 흔들리는대로 살아도 아무 지장 없습니다.

누가 뭐라고 안해도 결국 ‘자기’로 돌아 오니까요.  

흔들렸다 돌아온 사람이 더 근사해지고

더 강해진다는 거 이젠 다 알지 않나요. 



"어이!

거기 그렇게 우두커니 섰지 말고 이리로 오렴

나를 좀 흔들어 놓지 않으련?

불빛 덩그러니 남은 빈 그네가 슬퍼

나를 태우고 흔들려주지 않으련?"

-김은진<나를 태우고 흔들려 다오>


그렇다면 흔들려줘야 되는 거 아닌가. 

느낌 아니까~ 




"엄나무 가지 끝에 새가 날아왔다 간다

가지 끝에 앉을 줄 아는 저 새가 불편하다

흔들림을 흔적으로 남기는 저 새가 불편하다"

-김남극<늦가을>


만추의 고요 속에선 실낱 같은 흔들림도 

동아줄처럼 느껴지나 봐.




"사는 것은

혼자 흔들리다 지는 것이

아니라

초록 동색으로 물들고

물들이며

서로 치대고 나부끼는

것이라고

-고훈실<초록달>


초록달이 그랬다는 거라. 

좋은 기운이 달빛처럼 흥건한 느낌. 

서로 치대고 나부끼고. 

좋구나! 




"당신을 조금만 벗어나면

고장 난 나침판처럼 흔들렸다"

-정수경<슬픔의 각도>


그 밀착과 절절함의 상태를 이해못할 건 없지만, 그러다 욕봐요.   

얼마전 초행길에 갑자기 네비게이션 먹통돼서 얼마나 고생했게. 

너무 많이 흔들리지 말았으면 할 때도 있긴 해.




어둠 앞에 흔들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불켜진 낯선 마을로 흘러가는 저 강물처럼

노래를 뼈에 묻으면 삶도 다만 긴 느낌표

-민병도<저무는 강>


그렇고 말구. 

어둠 앞에서 흔들리는 서로의 손 마주 잡으면 얼마나 든든하고 따뜻하게!!!




시인이 변조한 절대자의 음성으로 이렇게.

"많이는 흔들리지 말고

뿌리 깊은 나무처럼만 흔들리거라.

그것도 잠시만 흔들리거라"

-김형영<마음이 흔들릴 때>


네에.  

명(命)받자와, 뿌리 깊은 나무처럼만 잠시. 

흔들림 앞에 선 그대들, 퐈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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