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결정적이라는 게 크고 강렬한 것인줄로만 알았지요.
지나고 보니 아니드라구요.
내가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작고 소소한 것들이었고 외려 내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순간들이 결정적이었던 경우가 얼마나 많았게요.
"누구나 한번쯤은 고비를 만나는 법,
하지만 바로 지금, 이라고 여기는 순간
고비는 한순간에 미끄러져 간다
너와 함께라면,
뭐든 달게 받아들이리라 하던 때가 있었으나,
돌이켜보면 정작 큰 고비는 바로 너와 나,
우리들 자신이었다"
-박완호<고비>
가장 큰 고비가 우리들 자신일 수도 있겠단 생각은 미처 못 해봤어.
"'활'하고 무사처럼 차분히 발음하면
입 안의 뼈들이 벼린 날처럼 번뜩이고
사방은 시위가 당겨져 끊어질 듯 팽팽하다
(.....)
쏠 준비를 하는 순간 모든 게 과녁이다"
-정상혁<활>
마음속에 과녁을 하나 정해 놓고
나도 무사처럼 '활' 해봤지.
"꽃잎 한 알 한 알 떨어지고
고슬고슬 어린잎 피워내
조금씩 펴고 있는 것을 보면
세상 살며 겪는 고통들이 모두 일어날만한 일인 듯 싶어
모두 겪어낼 만한 일인 듯 싶어"
-양애경<동학사 가는 길>
그렇기도 한데, 정말 힘든 순간엔 그런 생각도 쉽지 않아.
"장사를 막 끝내려는 듯 수저들이
무딘 쇠빛을 잠재우며 서 있었지만
주인은 마지막 손님을 따뜻이 맞아주었다
(....)
휘이 휘이 저어 깊숙히 퍼냈을 국밥 한 그릇"
-김미령<손님>
그런 무심한 배려가 사무치도록 고마운 순간들이 있어.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그럴 때.
"어느 것에나 절정은 있다.
그 절정으로 사그라지는 꽃들은
별 몇 개가 뜨고 지는 것하고는 사뭇 다르다.
내 몸의 일부가 봄의 절정으로 가는 순간에
괄약근을 조이며 천천히 나를 풀어 놓는다"
-문정영<괄약근>
꽃이 피고 지듯.
괄약근, 천천히.
@ 힐링톡을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받아보세요.
* 트위터 주소 : www.twitter.com/mindprism4u
* 페이스북 주소 : www.facebook.com/mindprism4u
'이명수의 '마음詩처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울 수밖에요 (0) | 2014.05.13 |
---|---|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이 있지요 (1) | 2014.04.29 |
봄날 같은 약속들 (0) | 2014.03.25 |
기다려 본 사람은 다 알지요 (1) | 2014.03.04 |
나는, 저녁이면 좋겠어요 (1) | 2014.02.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