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행동 때문에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일을 망쳤던 그날의 당신에게
학원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취업 전에 잠시 하자’ 식으로
가볍게 시작했는데, 어느새 아이들에게 정이 생겨서 나름
열심히 일했습니다. 수학을 재미있게 가르쳐 주기 위해
참고자료도 손수 만들고, 좀 더 쉬운 설명을 위해
인터넷 강의도 찾아보며 시간을 많이 투자했지요.
그런데 어느 날 학생의 질문에 대답을 못 해 주었습니다.
당혹감, 수치심, 좌절감… 이런 감정들이 생기더군요.
저를 몰아세우는 많은 말들이 저를 괴롭혔습니다.
‘남들보다 몇 배나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이거 밖에 못 해?’
‘넌 선생 자격이 없다.’
이 고비를 못 넘기고 급하게 그만뒀습니다.
그 때문에 학원에 남아 있던 다른 선생님들이 고생하셨구요.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제게도 치부로 남아있는 기억이네요.
책임감 없이 남들을 힘들게 한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아.. 그랬군요...
책임감이 아주 강한 분 같군요. 단 한번 학생들 앞에서
말문이 막혔는데 크게 좌절하셨군요. 아이들한테도,
다른 선생님들께도 미안하시겠지요. 학생이 어떤 질문을
하든 척척 해결해 주고 싶지요. 최선을 다해 준비한 강의,
완벽하게 가르치면 보람을 느끼지요. 참고자료도 손수
만들고 다양한 자료를 검색해서 친절하게 강의하셨으니
아이들도 서OO님을 좋아하고 신뢰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도 모르는 게 있을 수 있지요. 학원을 그만 둘 정도로
심각한 일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한 번의 고비를
못 넘기고 그만 두신 것, 완벽을 추구하는 서OO님의
선택이었으니 잘잘못을 따질 일은 아닙니다.
최선을 다하셨으니 너무 자책하진 마시기 바랍니다.
완벽을 추구하는 태도는 큰 장점입니다. 취업을 앞두고
계시군요. 불완전한 우리 인간들은 대화를 통해 서로
나누고 풍요로워집니다. 서OO님의 장점을 잘 살리고,
때로 완벽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넉넉함도
키워 나가시기 바랍니다.
모차르트 피아노협주곡 9번 Eb장조 ‘죄놈’ K.271
(피아노 클라라 하스킬)
- 음악은 화면의 PLAY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오케스트라가 팡파레를 울리면 피아노가 대답합니다.
천국의 문을 활짝 열어 놓은 듯 행복감에 찬
오케스트라 서주가 끝날 무렵 피아노가 트릴(trill)을
연주합니다. 이 화려한 대곡에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는
시종일관 동등하게 대화를 나눕니다. 특히,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큰 스케일로 주고받는 대화가 재미있지요.
서주에서 피아노가 등장하는 것은 피아노 협주곡 사상
이 곡이 처음으로, 훗날 베토벤의 협주곡 4번과 5번에서나
다시 볼 수 있습니다. 오보에와 호른이 멜로디를 연주할 때
피아노가 반주하는 대목, 귀 기울여 보십시오.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피아노가 반주하는 것도
이 곡이 최초입니다.
모차르트(1756~1791)가 아직 콜로레도 주교의 속박 아래
있던 1777년, 잘츠부르크를 방문한 프랑스의 피아니스트
죄놈(1749~1812)을 위해 작곡했습니다. 모차르트에게
영감과 자극을 준 그녀와의 만남에서 태어난 걸작이지요.
모차르트의 자유로운 음악혼을 한껏 느낄 수 있습니다.
C단조로 된 2악장은 당시 음악에서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진한 슬픔의 정서를 담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강충모는
2악장에 대해 “눈에는 눈물이 맺혀 있지만 입가엔 미소를
띄고 있는 모차르트의 모습”이라고 제게 말한 적이 있지요.
아름다운 선율에 부끄러운 기억을 흘려보내시고
몸과 마음을 활짝 펴시기 바랍니다.
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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