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주저했던 그날의 당신에게

내가 옳다고 생각한 일을

주저했던 그날의 당신에게

아르바이트를 하러 가던 길이었습니다. 지하철 계단 아래쪽에서 

할머니 한 분이 무거운 짐을 들고 힘겹게 한 계단 올라왔다 쉬기를 

반복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후다닥 내려가서 여쭤보았습니다. 

“할머니, 제가 좀 들어 드릴까요?”

할머니는 너무 고맙다며 제게 짐을 건네셨습니다. 

그런데, 출입구까지 짐을 들어드리고, 돌아가려는 제게 

할머니는 힘든 표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미안한데 저 앞 골목까지 들어주면 안 될까?” 

순간 저는 주저했습니다. ‘아르바이트에 늦을 것 같아서’가 아니라 

요즘 세상이 흉흉하고 무섭기 때문이었습니다.

뉴스나 영화를 보면, 노인 신분을 악용한 납치나 살인 등 

무서운 사건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지하철역 계단이야 

CCTV도 있고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안전하지만 골목까지 

들어가는 건 망설여졌습니다. 

결국 저는 죄송하다며 다시 지하철역으로 내려왔습니다.

아.. 그랬군요...

마음이 참 따뜻하고 건강하시군요. 험악한 세상이지만

OO님처럼 착한 사람이 많이 있기에 아직은 살 만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골목까지 짐을 들어달라는 할머니의 부탁을 

거절한 게 마음에 걸리셨군요. 

할머니를 끝까지 도와드렸다면 참 좋았겠지요. 하지만, 

골목까지 들어 달라는 할머니의 부탁, 

저라도 갸우뚱했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 계단에서 할머니를 도와드린 것은 

OO님이 스스로 하신 일입니다. 할머니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해야지요. 골목까지 짐을 들어달라는 요구는 

선의를 베푼 사람에게 폐를 끼치는 일입니다. 

게다가 왔던 길을 한참 되돌아가는 거잖아요. 

할머니가 정 힘드셨다면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남자라면 두려움 없이 할머니를 도와드릴 수 있었겠지요. 

흉흉한 세상, 여자가 마음 편히 지내기엔 위험한 일이 

너무 많습니다. 좀 더 안전한 사회가 되어야지요. 

그러나 OO님처럼 스스로 조심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각박한 세상이지만 OO님처럼 

마음 착한 젊은이가 있기에 저도 위안을 느낍니다.  

모차르트 피아노소나타 C장조 K.545 중 2악장

(피아노 : 노아 파이어)

- 음악은 화면의 PLAY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모차르트가 작곡한 18곡의 피아노 소나타 가운데 

가장 단순한 곡입니다. ‘단순한 소나타’, 

‘쉬운 소나타’, ‘초심자를 위한 소나타’라고 불리지요. 

어린이들이 연습하는 소나티네 악보집에 들어 있습니다. 

1788년 6월 모차르트가 마지막 ‘3대 교향곡’을 쓸 무렵, 

넷째 딸 테레지아가 죽기 사흘 전에 완성했습니다. 

비에 젖은 작은 새처럼 애틋하고,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맑디맑은 이 선율…. 삶의 비애와 슬픔을 잘 알던 모차르트가 

이렇게 단순하고 예쁜 곡을 썼다니 새삼 놀랍습니다. 

시름 가득한 세상, 위안을 속삭여 주는 음악이 있으니 

우리는 기뻐할 수 있습니다. 

이 곡을 듣노라면 삶의 아픔과 슬픔을 따뜻하게 

가슴에 품고 쓰다듬어 주는 모차르트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작고 여리고 힘없는 것들에 대한 연민을 조용히 노래합니다. 

이 단순한 노래는 아주 또렷하게, 영롱하게 흐릅니다. 

나약한 감상이 아니라 매우 강한 삶의 긍정이기 때문이지요. 

원숙할수록 단순해지는 모차르트의 지혜를 이 곡에서 배웁니다. 

OO님의 사연을 읽으며 자연스레 이 곡, 

K.545의 느린 악장이 떠올랐습니다. 심성이 착한 OO님을  닮은, 

아주 착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던가 봅니다. 

이 곡이 OO님의 인생길에 좋은 벗이 되기 바랍니다.       

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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