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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훈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깊은 후회를 남긴, 그날의 당신에게




내 인생의 가장 후회스러운 경험...

 

중환자실에 계시는 아빠를 뵙고 왔습니다.

평소에는 매일 전화해서 “딸아! 어디 아픈 데는 없니? 잘 지내니? 보고 싶구나.”라며 같은 말씀을 반복하셨던 아빠였습니다. 그럴 때 마다 한 번 내려가겠다는 말만 하고, 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은 “아빠, 저 왔어요.” 아무리 말해도 눈을 못 뜨시더군요.

“아빠, 또 올께요.” 이 말에 눈을 뜨셨지만 여전히 알아보진 못 하시더라구요.


정말, 왜 일찍 가보지 못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항상 외면했는지 너무 후회되고 미안해서 옆에서 한없이 눈물만 흘렸어요. 다시 올라오는 발걸음이 너무 무거웠어요.







 



아.. 그랬군요...


아빠가 위중하시군요. 아빠를 뵙고 돌아오는 길에도 자꾸 눈물이 흐릅니다. 아빠가 돌아가실 것만 같은데 왜 진작 찾아뵙지 못 했을까? 자책이 앞을 가립니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자주 찾아뵐 수 없는 내 처지도 딱하고 슬픕니다. 아빠가 젊고 건강하셨을 때의 추억이 꼬리를 물고 떠오릅니다. 


며칠 전 친구 부친상에 다녀왔는데, 친구도 비슷한 마음이더군요. “아버지 건강하실 때 곁에 있어 드릴 걸, 앓아누우신 다음에야 찾아뵌 게 너무 아쉽다”고요. “그게 어디 뜻대로 되냐?” 제 말에 친구도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빠 곁에 더 자주 있어 드리지 못한 것, 인생의 제일 큰 후회로 생각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본질적으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민OO님 개인의 잘못은 아닙니다. 






드보르작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왈츠


•음악은 화면의 PLAY 버튼을 클릭해주세요.

 



추억에 잠겨 아름답게 흐릅니다. 먼 하늘의 석양을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체코의 작곡가 드보르작(1841~1901)은 34살에야 재능을 인정받고 국가 지원금을 받게 됩니다. 이미 결혼해서 첫 아기를 낳은 드보르작은 비로소 안정된 마음으로 작곡에 전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때 작곡한 <현을 위한 세레나데> 중 2악장 왈츠, 그리움에 가득한 마음을 과장 없이 차분하게 노래합니다. 


드보르작은 이 무렵, 3년 사이에 어린 아들과 두 딸을 잃었습니다. 훗날 그가 이 곡을 연주할 때 먼저 세상을 떠난 아이들을 떠올렸을까요? 알 수 없지요. 하지만 작은 음악 하나에 얼마나 큰 슬픔과 위안이 담겨있는지, 이 곡을 들으며 상상할 수 있습니다. 유한한 인간은 언젠가 헤어질 수 밖에 없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묶어주는 경험과 추억의 끈이 있으니 강퍅한 세상에서 위로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빠의 쾌유를 간절히 빕니다. 


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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