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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그리다-'나'갤러리

마인드프리즘 사람들의 화답_백두번째 긴긴 폭설 밤을 산마을에 가둔다


#당신의 내마음보고서에, 마인드프리즘이 화답합니다. 


백두 번째 화답을 '양혜선'님에게 드립니다.
 
폭설이다
버스는 나흘째 오지 않고
자두나무 정류장에 나온 이는 자두나무뿐이다
 
산마을은 발 동동거릴 일 없이 느긋하다
 
간혹 빈 비닐하우스를 들여다보던 발길도
점방에 담배 사러 나가던 발길도
이장선거 끝난 마을회관에 신발 한 켤레씩을 보탠다
무를 쳐 넣고 끓이는 닭국 냄새 가득한 방에는
벌써 윷판이 벌어졌고 이른 낮술도 한자리 차고앉았다
 
허나, 절절 끓는 마을회관 방엔 먼 또래도 없어
잠깐 끼어보는 것조차 머쓱하고 어렵다 나는
젖은 털신을 탈탈 털어 신고 다시 빈집에 든다
 
아까 낸 눈길조차 금시 지워지는 마당,
동치미 국물을 마시다 쓸고 치직거리는
라디오를 물리게 듣다가 쓴다 이따금
눈보라도 몰려와 한바탕씩 거들고 간다
 
한시도 쉬지 않고 눈을 쓸어내던
싸리나무와 조릿대와 조무래기 뽕나무는
되레 눈썹머리까지 폭설을 당겨 덮고 누웠다
 
하얀 어둠도 눈발 따라 푹푹 쌓이는 저녁
이번엔 내가 먼저, 긴긴 폭설 밤을 산마을에 가둔다
흰 무채처럼 쏟아지는 찬 외로움도 예외일 순 없다
 
      - 박성우, '나흘 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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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눈썹머리까지
폭설을 당겨 덮고 누울 때도 있고, 
내가 먼저 긴긴 폭설 밤을
가둘 때도 있더라고요. 
가둔 것이 외로움일지,
말하지 못할 어떤 마음일지...
그런데요. 따뜻하고 따스한 불빛이
자꾸만 새어 나오는 것은 
쌓인 눈도 산마루들도 막지 못하더라고요. 
그 빛에 이끌린 발걸음들도
자꾸 노크하게 되더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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