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게 쫓기는 이는 무조건 돕는다는 어느 산악 부족의 얘기에
고개 끄덕이다가 그런 전통이 2천년 넘게 유지되고 있다는 대목에서
자세를 고쳐 앉았습니다.
매 순간 얼마나 많은 내부 갈등이 있었을까 상상했지요.
이번엔 우리 부족이 전멸할 수도 있겠구나,
그렇게 살 떨리는 순간 얼마나 많았겠어요.
그럼에도 그 전통을 이어온 건 결국 그 길만이
자기들이 안전하게 오래 사는 길이라는 지혜를
온 몸으로 깨우친 때문일 거라고 혼자 결론 내리고
그렇게 믿었습니다.
세월호 국면에서 몸과 마음을 포개는 많은 이웃들을
보면서 다시 그 지혜의 법칙을 실감합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이웃으로 사는 건 바로 이런 때
힘 보태기 위한 것일테지요.
내가 벼랑 끝에 서게 될 때 그들도 당연히 내 이웃이 되어줄테니까요.
"지하 셋방 혼자 사는 할머니, 유모차 끌고 골목길 돌아오신다.
지팡이 짚고 두둠두둠 오던 길 돌돌돌 굴러 오신다.
속 깊은 손녀 같은 유모차가 깡마른 어깨 내어준다"
-반칠환<유모차와 할머니>
이웃사촌 같은 일상의 도움이 사람을 살게 하는 게 맞아.
"문을 닮은 얼굴들 엘리베이터에 서 있다...
서로를 기억하는 것이 큰일이나 되는 듯
더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쏘아 본다
엘리베이터가 열리자마자
국경에 사는 사람들
확 거리로 퍼진다"
-박주택<국경>
이웃집이 국경이라 느끼는 그 심정, 오죽하겠어.
그럼 살기 어렵지.
"나아갈 길이 없다 물러설 길도 없다
둘러봐야 사방은 허공 끝없는 낭떠러지
우습다
내 평생 헤매어 찾아온 곳이 절벽이라니"
-조오현<아지랑이>
문득, 사는 게 물러설 길 없는 벼랑이 됐는데 어찌 사누.
그런 상황에서 무조건 견디라구 하면 어째.
공기없이 알아서 잘 살라는 말과 뭐가 달라.
길을 터줘야지.
"이웃 할머니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그 이야기 속에 녹아들고
가뭄에 타는 곡식들을 보고는
함께 목이 타고서야
길을 걸어갈 수 있는 분...
바람결 같은
우리들의
작은 하느님"
-임길택<권정생 선생님>
옛날에 권정생 선생님이라고 계셨어.
그 분 스탈이 딱 저랬어.
여기에 ‘권정생 선생님’ 말고 무슨 제목을 붙일 수 있겠어.
"갈대는 갈대가 배경일 뿐
배후가 없다, 다만
끼리끼리 시린 몸을 기댄 채
집단으로 항거하다 따로따로 흩어질
反骨의 同志가 있을 뿐
갈대는 갈 데도 없다"
-임영조<갈대는 배후가 없다>
내 생각엔, 갈대의 다른 이름이 이웃이야.
"아들아, 행여 가난에 주눅들지 말고
미운 놈 미워할 줄 알고
부디 네 불행을 운명으로 알지 마라
가난하고 떳떳하게 사는 이웃과
네가 언제나 한몸임을 잊지 말고
그들이 네 힘임을 잊지 말고"
-정희성<아버님 말씀>
지금처럼 이웃치유자가 요긴한 상황에서 이런 건 꼰대 말씀 아냐.
그치?
*2년 가까이 ‘마음시처방’의 이웃이 되어준 이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다른 이웃에게 바통을 넘기고 독자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이웃치유자가 더 많아지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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