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와 이별을 해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의 많은 부분은 소멸됩니다.
또 일부는 원래와 다르게 기억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마지막 일들에 대해서만은 예리하게 기억한다지요.
마지막으로 잡았던 손, 마지막으로 입었던 옷,
마지막 웃음, 마지막 눈물....
그렇게 죽어서야 잊혀지는 기억들이 있지요.
"어린 날, 신열에 들떠
무서운 곳 헤매다 눈 떴을 때
작은 이마에 얹혀 있던
따뜻한 무게 알고말고"
-반칠환<참새와 홍매>
아아, 그 따뜻한 무게 기억나.
어른이 되어서도 얼마나 필요하게.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우리 모두.
"지난 일들 모두가
전생의 기억이 될 때가 있겠지요"
-이윤학<퇴촌>
그렇겠구나.
문득 맥 풀리듯 마음이 외려 편안해 지던걸.
"당신은 알마티 중앙시장에서 무채 김치를 팔던 노파,
당신은 수건으로 질끈 묶은 이마 틈새로
하얀 머리카락을 흔들고 가는 바람"
-정철훈<슬픔의 고고학>
나는 당신에게 어디에서 무엇으로 기억되면 좋을까.
"옛날에 옛날에 나는 엄마를 쪽쪽 빨아 먹었지"
-안현미<실내악>
이젠 본인이 쪽쪽 빨아 먹히는 엄마가 되었음에도
그 옛날 쪽쪽 빨던 엄마의 기억을 부정 못하겠다고 말하는
여인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 보았지.
"낙과를 파는 코너에 길게 줄서 있는 사람들...
모두 한번쯤 낙과였던 기억이 있다는 듯...
한 사람이 한 봉지씩 들고 얼굴이 환하다...
한 사람이 열 개라면 열 사람이면 백 개
위로받는 사람보다 위로하는 사람이 그 배수倍數다"
-정와연<낙과>
그럼 사야지.
"서둘러 떠나는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하듯
(....)
그리움은 만질 수 없어서 멀다
만지면 없어지는 사람을
누가 미워할 수 있겠나"
-이규리<흰모습>
엽록빛 하늘의 구름처럼 뭉개지는 그리운 얼굴 몇 개
"선량한 아버지와
볏짚단 같은 어머니, 티밥같이 웃는 누이와 함께
거기서 너는 살았다"
-이성복<모래내.1978년>
나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한때 우리는 다 그렇게 살았을지도.
30년쯤 후 아이가 중년이 되면 지금은 어떤 기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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