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명수의 '마음詩처방'

그리움의 편지

매일 아침 신문 지상을 통해

이제는 볼 수 없는 아이들에게 띄우는

부모들의 간절한 편지를 한줄한줄 읽습니다.

그리움이 얼마나 절절한지 도저히 한번에는

다 읽지를 못 하겠어요.

사랑하는 사람아

이렇게 첫 머리를 쓰고 오래오래 편지를 쓰지 못하는

시간들이 있습니다

그리운 사람들을 기록하며 쓴 최돈선 시인의 그 말뜻을

아침마다 빈 속의 냉수처럼 찌르르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딱 한번 만져볼 수조차 없는 그리움이라니요.

그걸 무슨 수로 견디나요.

몸으로, 마음으로

잊지 않고 있다는 편지를 함께 쓰는 수밖에요.

 

 

 

 

 

 

 

 

 

 

"그리움도 세월이 흐르면 저 가구처럼 낡아져

일순간 부숴버릴 수는 없는 것일까

나는 낡은 가구처럼 고요하게 앉아 있었다

정 그리워서 미쳐버릴 지경에 이르면

내 이마에 우표를 붙이고 배달을 보내리라"

-김충규<우체국 계단>

 

부술 수 있으면 그게 가구지 그리움이겠어.

 

 

 

 

 

 

 

 

 

 

"몹시 추운 날

산에 오르다 보면

저절로 흘러나오는 콧물처럼

닦아도 닦아도 흐리기만 하는 콧물처럼

내 기억에서 쉼없이 흐르는

긴 실개천 한줄기 보인다"

-이성부<그리움>

 

그리움이란 게 그렇다는 거잖아.

뼛속에 와 박히는 느낌.

 

 

 

 

 

 

 

 

나무에게도 그리움이 있다는 걸 안다

그렇지 않고서야

베인 자리에 저렇듯 너울이 일어

겹겹이 바깥으로 밀려나는 둥근 물결이 있으랴

-문신<나무의 수사학>

 

시인이 아니었으면 그런 나이테의 비밀도 모를뻔 했잖아.

그게 그리움 때문이었어. 쎄구나!

가만히 바라 보았지.

 

 

 

 

 

 

 

 

 

 

"양산을 거꾸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보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 생각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김현식<유월의 살구나무>

 

그리운 이와 그랬을 그 광경이 보드득, 생생하게 느껴지는 거라.

 

 

 

 

 

 

 

 

 

 

 

아들아, 이룰 수 없는 꿈일랑 묻어두면 어떨까

 

좋으면 갖고 싶지

그것이 당연하지

그러나 안 되는 게 더 많은 세상에서

참아라

이 말만 거듭 피 토하듯 뇌인다

-유자효<편지>

 

 

명품 구두가 아니라 꿈을 포기하라 말해야 했던

애비의 심정이라니.

이젠, 그런 말 안 하려고.

그런 말 안 해도 되는 세상에서 살게 해 줘야 어른이지.

 

 

 

 

 

 

 

     

 

 

 

"물돌물 돌물돌

물이 흘러갑니다

 

함께 가자

함께 가자

 

어린 물이 어르며

어린 돌을 데리고 흘러갑니다

 

모래무덤 끝으로

그리움으로"

-서정춘<동행>

 

그런 실로폰 같은 그리움의 동행이라면 얼마나 좋아.

나 기꺼이 길동무 할테야

 

 

 

 

 

 

 

 

 

 

 

"꿈에 네가 왔더라

스물세 살 때 훌쩍 떠난 네가

마흔일곱 살 나그네 되어

네가 왔더라

(....)

너는 울기만 하더라

내 무릎에 머리를 묻고

한마디 말도 없이

어린애처럼 울기만 하더라"

-김규동<북에서 온 어머님 편지>

 

뭘 더 하겠어요, 어머니.

훗날 제가 어머니 만나면 그거밖에요.

 

 

 

 

 

 

 

 

 


@ 힐링톡을 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도 받아보세요.

 

 

 

* 트위터 주소 : www.twitter.com/mindprism4u

* 페이스북 주소 : www.facebook.com/mindprism4u

* 카카오스토리 : 친구찾기> '내마음보고서' 검색> 소식받기

* 내마음카페 : http://cafe.naver.com/holgaboon

 

'이명수의 '마음詩처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못 잊는 기억이 있지요  (0) 2014.08.05
아이들 없이 무슨 세상이 있나요?  (0) 2014.07.15
두손 모읍니다  (0) 2014.06.03
울 수밖에요  (0) 2014.05.13
어찌할 수 없는 슬픔이 있지요  (1) 2014.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