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지 못하겠지만, 선방(禪房)에서 수행중인 스님들끼리 큰 시비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답니다.
죽비를 든 스님이 졸고 있는 스님 앞에 가서 어깨를 때리겠다는 통지를 하면,
졸고 있던 당사자가 잠이 깨 ‘난 절대 졸지 않았다’고 우긴다는 겁니다.
그러다 “졸았으니 맞아라” “졸지 않았으니 맞을 수 없다”는 다툼이 한바탕 소동으로 이어진다는 거지요.
이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가야산의 호랑이로 불리우던 성철 스님이었습니다.
성철 스님의 처방은 이러합니다.
“경책(警策)하는 스님이 돌아다니다가 조는 사람이 있거든 손수건을 죽비에 걸어
그 스님 어깨나 무릎 위에 먼저 놓는다. 그 다음에 졸고 있는 스님을 깨워서
그 손수건 놓인 것을 먼저 확인시킨 후 경책하라.”
수행에 게으른 스님들을 걸핏하면 장군죽비로 난타했다던 성철 스님의 아이디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친절합니다.
그 후 경책과 관련된 시비는 모두 사라졌답니다.
어떤 미묘한 다툼에도 반드시 ‘착한’ 해결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상대방과의 인식 차이가 너무 커서 도저히 해결책이 없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서 그렇게 보일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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