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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군에 입대하는 젊은이들이 집결하는 훈련소 앞은 

공기마저 안타까운 느낌입니다.

입대하는 사람 수보다 많은 배웅하는 사람들이 입대하는 사람들과 한데 엉켜

불안, 초조, 한숨, 아쉬움, 눈물을 쏟아냅니다. 

하지만 훈련소에서 근무하는 병사나

그 앞에서 장사하는 이들의 처지에서 보면

일주일에 두 번씩 반복되는 일상적 업무일 따름입니다. 


누군가에겐 더할 수 없는 애절함이

누군가에겐 심드렁한 일상인 것이지요. 

순환 반복되는 우리 삶의 한 풍경입니다. 


산부인과나 결혼식장 근무자들에게

당사자인 나만이 가질 법한 새 생명의 신비나 첫 출발의 설렘을

내 맘처럼 공유하게 할 수 없음을 잘 알면서도,

나는 좀 특별한 경우이고 싶은 마음까지 포기하긴 어렵습니다. 


그런 때 귀에 쏙 들어오는 것은

‘남들은 잘 모르겠지만 당신은 훨씬 특별한 감정일 것이다’

‘이렇게 잘 참는 경우는 처음이다’ 같은, 

어쩌면 의례적일 수도 있는 말들입니다. 

그 말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몰라서가 아닙니다. 


인간의 마음은 사실이 아니라

정서적 지지 세력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

희한한 구조적 특성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앞에서는 민망하면서도 돌아서면 혼자 벙싯거리게 되는

누군가의 어떤 말들, 왜 한 가지씩은 있잖아요, 다들.


혜신+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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