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에세이

여러 모습으로 살아도 좋다

여러 모습으로 살아도 좋다


한 연극배우가 공연 중에 잠자는 연기를 하다가 아주 짧은 순간 

진짜로 잠이 들었답니다. 

다음날 한 평론가는 그 주연 배우의 연기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그녀의 연기는 완벽에 가까웠다. 바닥에서 잠자는 장면의 어색함만 제외하면.” 

잠자는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실제로 잠이 들어 버렸음에도요.


라디오 드라마에서 건물이 타들어가는 장면을 표현할 때

담뱃갑 겉면의 비닐 구기는 소리를 이용한다지요. 소리로만 들을 때는

담뱃갑 비닐 구기는 소리가 실제의 화재 현장음보다

훨씬 리얼하기 때문입니다. 


살다 보면 실제가 가짜 같고 가짜가 더 진짜 같은

희한한 경우들이 있습니다. 풍경도 그렇고 사물도 그렇습니다.

심지어는 사람조차도 그럴 때가 있지요. 

내 안의 여러 모습들도 그 희한한 현상에서 예외적이지 않습니다.

이중적이거나 위선적인 것 같아 개운치 않던 일들이 

실제의 내 모습과 더 가까운 경우도 허다합니다.

특히 인간의 선성(善性)이 발휘되는 순간에 그렇습니다. 


한 성직자는 ‘수도자는 위선적으로라도 겸손해야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다 보면 위선도 뛰어넘게 된다는 거지요. 나의 선한 행동이

이중적이라는 느낌 때문에 불편한 마음이 있더라도

계속하다 보면 결국 그 이중성을 뛰어넘어 내 본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듯한 자신의 이중성 때문에 고민하는 이들에게

저는 오히려 더 다중적으로 살아도 된다고 충동질하곤 합니다.

다중적으로 살아도 되고말고요.


혜신+명수

























'그림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홀가분하다  (5) 2013.03.08
미워하면서 닮는다  (2) 2013.03.01
작은 사치  (0) 2013.02.15
아직 때를 만나지 못한 이들에게  (4) 2013.02.08
누구에게나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0) 2013.0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