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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뒷모습

 

 

 

 

‘굉장히 슬퍼하는 장면인데 어떻게 찍고 싶냐’는 감독의 질문에 

‘벽을 보고 누워 있겠다’고 한 어느 배우의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람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볼 때 생기는 감정이란

대개 막막한 그리움이나 슬픔, 외로움, 혹은 더할 수 없는 아늑함이나 푸근함… 같은 것이 아닐까요.
이런 감정들은 성별이나 연령, 계급의 다름이 가져다주는 어떠한 단절도
단번에 무화(無化)시키는, 모든 인간들이 품고 있는 원형적 정서에 속합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하루 종일 뛰어놀다가

저녁 어스름에 집으로 흩어지는 친구들 뒷모습을 보면서

어린 마음에도 친구가 참 착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확실히 사람의 뒷모습은, 그 사람 자체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쪽보다는
바라보는 사람의 속감정을 분명하게 드러나게 하는 자극체에 가깝습니다.

 

빛바랜 사진첩 속이 어울릴 듯한,
아마도 연인 사이라고 짐작되는 그림 속 두 남녀의 뒷모습도

보는 사람을 상념(想念)에 잠기게 합니다.
단지 뒷모습을 보이고 있을 뿐인데

그 성격이나 정황들이 눈앞의 풍경처럼 머릿속에 펼쳐집니다.

 

그림을 보면서 가만히 상상해보세요.
불현듯 떠오르는 어떤 사람이나 생각이 있다면

그것은 본인도 미처 몰랐던 자신의 원형적 속감정일지도 모릅니다.

 

사람의 뒷모습은, 그것을 바라보는 이의 속마음이 그대로 투과되는 잘 닦인 거울입니다.

 

 

 

혜신+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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