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손 모읍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가 병약한 나를 위해 장독대에
찬 물 한 사발 떠놓고 두손 모은 모습을 우연히 본 적 있지요.
막연하게 난 오래 살게 되겠구나 예감했습니다.
절대자가 우리 기도를 들어주는 방법은 간단하다지요.
누군가가 나를 위해 기도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하는 것이랍니다.
누군가를 위한 간절한 기도는 가장 큰 위로인 동시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그러니 세월호, 그들에게 두손 모을 수밖에요.
“어린 물살들이 먼바다에 나가
해종일 숭어 새끼들과 놀다 돌아올 시간이 되자
불빛들은 모두 앞다퉈 몰려나와
물길을 환히 비춰주었다'
-유재영<와온의 저녁>.
맘껏 놀고 돌아온 어린 물살들에게 앞다퉈 길 밝혀주는 곳,
그런 마을의 어른이고 싶었는데...
그런 어른사회이길 간절히 바라며.
"한 손으로 다른 손목을 쥐고
병원으로 실려오는 자살기도자처럼
우리는 두 개의 손을 가지고 있지
밤낮없이 꽃등을 내단 봄 나무에게도
위로는 필요하다
눈물과 콧물과 침을 섞으면서 오열할 구석이
엎드린 등을 쓸어줄 어둠이 필요하다"
-이현승<연루>
누구에게나 그렇다는 거잖아.
"씨팔, 나 더 이상 안해
예수가 멀미나는 십자가에서 내려온다
못은 이미 녹슬었고
피는 응고되어 화석처럼 딱딱해진 지 오래다
이천년 동안 발가락만 보고 있자니 너무나 지루했다"
-하린<말 달리자, 예수>
기도를 빙자한 사악한 욕망까지 판치는 세상이니
멀미나고 지루하기도 했겠어요.
진작에 나눴어야 했는데...
그래야 사람인데.
“나뭇잎마다 기도문을 써 붙이고
희명아 저 노을 앞에서 우리 함께 기도하자
(....)
우리의 기도문을 실어갈 바람도 부는구나
세월의 눈썹처럼 서걱서걱 흩날리는 그 마당의 나뭇잎 소리
-강은교<희명>
초여름의 신록이 이리 풍성하니
얼마나 많은 기원을 담을 수 있을꼬.
바람도 순하고 넉넉하니 응답이 넘치겠구나.
"눈을 감고 기도한다
둘째 손자가 제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깔깔거리며 뛰어논다
(....)
그들의 다정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여! 감사합니다
꾸벅 절을 하다
깜짝 깨어났다
기도하다 졸고 있었나 보다"
-양채영<기도>
이런 게 기도야.
“이 어린 것을
당신의 형상대로 일어서게 하소서
내가 쏜살같이 날아가 박힐 것입니다
첩첩 바람의 페이지를 뚫고 중력의 터널 끝까지 달려가
거기 검고 둥근 중심에서 으스러질 것입니다
(....)
나는 저 한 줄 기도문으로 나를 당겨 확, 하고
불붙는 유성(流星)이 될 것입니다
-이문재<화살기도>
두손모아_()_
@ 힐링톡을 트위터/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도 받아보세요.
* 트위터 주소 : www.twitter.com/mindprism4u
* 페이스북 주소 : www.facebook.com/mindprism4u
* 카카오스토리 : 친구찾기> '내마음보고서' 검색> 소식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