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의 '마음詩처방'

기다려 본 사람은 다 알지요

힐링Talk 2014. 3. 4. 18:30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주인을 기다리는 반려견들의

하루를 담은 방송을 보다가 가슴이 저릿했습니다.

강아지들은 밖에서 나는 모든 소리에

혹시 주인이 돌아오는 건가 싶어 하루종일 귀를 기울이더군요.

당신은 매일 똑같이 누군가를 8시간 정도를 기다려 본 적이 있는가

방송 속 나레이터가 그렇게 질문하는데 답을 못 하겠더라구요.

 

분리불안에 시달리는 반려견들만 그러겠어요.

누군가를, 무언가를 간절하게 기다려 본 사람은

그 심정 알고 말구요.

 

 

 


 

 

"삶이란 원래 그런 것 하염없이 쳐다보는 것

오지 않는 것들을 기다리며 노래나 부르는 것

(.....)

그러니까 톰, 지금은 아픈 왼쪽 허리를 낡은 의자에 기대며

네 노래를 듣는 좌파적 저녁

-박정대<톰 웨이츠를 듣는 좌파적 저녁>

 

햐아, 그런 저녁도 좋겠구나.

 

 

 

 

"이곳은 한 줄기 바람도 없어요

캄캄한 역에 나와 우두커니 서 있어요

어디선가 한꺼번에 꽃이 지고 있네요

기다리는 기차는 오지 않아요"

-심인숙<은 물고기처럼>

 

문득, 가슴을 저미는 문장들이 있어.

그 곳이 어딘지 모르지만, 이제 오세요.

 

 

 

 

"무언가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사람 곁에서

어둠이나 빛에 대해선 말하지 않는다!"

-황동규<겨울밤 05>

 

어떤 경우엔 섣부른 희망이나

불필요하게 날카로운 척 하는 분석이

이고 무례無禮.

그 간절함, 명심.

 

 

 

 

"어머니는 멀건 칼국수를 한 양푼 끓여다 놓으시고

둘러앉은 식구들에게 서둘러 퍼주지 않으셨다

국수가 불어서 양푼속이 뻑뻑해질 때까지 기다리셨다"

-유혜영<희망>

 

기다리셨다!

이소선 어머니도 라면으로 그런 신기(神技)를 보이셨다지.

짠하지만 그런 기다림은 희망이야.

함께 할 수 있으므로.

 

 

 

 

 

"누가 나를 기다린다는 생각

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

그렇게, 내게 한없이 정중한 나무를 보고

울컥 눈물 쏟아지려는데"

-임곤택<플라타너스>

 

그런 나무들이 빽빽하게 숲을 이뤄야 사람이 살 수 있는 건데.

누가 나를 말없이 기다려주면 얼마나 좋겠어.

 

 

  

"비루한 시간들을 견디게 한

꽃이라는 불이 켜지고

죽음보다 힘센 절망의 그림자를 덜어내는

그 불빛만큼 당신을 기다려온 사람도 환하게 켜진다"

-배한봉<명시>

 

기다리는 이에게 꽃등처럼 환한 축복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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