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가을입니다
가을이, 얼마나 자기가 온 티를 내는지
돌아 보지 않을 도리가 없는 날들입니다.
숲은 깊어지고 하늘은 높으며 바람은 오랜 친구처럼 편안합니다.
그리운 이는 또 얼마나 많게요.
아홉수라서가 아니고 가을이라서 그래요.
"누님께서 더욱 아름다웠기 때문에 가을이 왔습니다"
-고은<사치>
때로 세상의 논리를 무력화 시키는 절대적 아름다움이 있는 거 맞아.
그 비논리적인 아름다움을 보여 주려고 시인이 있는 걸 거야.
"오랜만에 친구 만나 거나해진 아버지
자전거 뒤꽁무니에 나를 앉히며 말했다
기왕에 가는 거
저놈에 달도 태우고 가자꾸나"
-김정희<보름달 속으로 난 길>
그놈에 한가위 보름달 꼭 태우고 가구 말구요.
두손모아_()_
"잠시 잊은 것이다
저 깊고 깊은 바다 속에도 가을이 있어
가을 조기의 달디단 맛이 유별나듯
오래 견딘다는 것은 얼마나 달디단 맛인가"
-박라연<침향>
가을 조기가 그런 거였구나.
조기 백반 먹으면 가을이 더 빨리 깊어지려나^^
"채마밭이 가을을 끌어들여
밭머리의 조그만 하늘동산에
고추잠자리 떼를 띄운다
하늘에 동그란 꽃다발이 뜨고 있다"
-김지향<가을에 붙잡힌 고추잠자리>
채마밭이란 말이 너무 정겨워 내가 고추잠자리라도 끌렸겠어.
“가을이 물들이기에
가을이 익기에
가을이 지기에
딱 한번만 이별 같은 날을
가슴 터지도록
울어 보면 안될까“
-오지연<가을 안에 서다>
왜 안되겠어요.
그러라고 가을 있는 건데.
"옥상에 올라가 메밀 베갯속을 널었다
(....)
나는 늘 높은 데가 좋다
어쨌든 세상의 모든 옥상은
아이들처럼 거미처럼 몰래
혼자서 놀기 좋은 곳이다
이런 걸 누가 알기나 하는지"
-이상국<옥상의 가을>
가을엔, 그런 옥상 하나쯤 꼭 있어야 하는 거 알지?
"시를 쓰며 사는 일이 녹록치 않을지라도
어느 가을 나처럼 길 잃고 산길 헤매는
가슴 큰 여자 하나 만나면 단풍나무에 서까래 걸치고
오두막 지어 같이 살리"
-조명제<그리운 나라>
꼭, 그러셨길 바래요.
그리운 가을 나라를 원하는 이들 모두.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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