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의 '마음詩처방'

그리움을 무슨 수로 견뎌요?

힐링Talk 2013. 8. 27. 16:00

어느 날 그녀에게 물었습니다. 

음, 세상에서 제일 견디기 힘든 게 뭐야?

공포와 그리움이요. 

둘 중에서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그리움이예요. 

보고 싶은 걸 어떻게 견뎌요. 

말하면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지더군요. 

영화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공포 영화는 

근처조차 가지 않을 만큼 무서움이 많은 사람인데

그것보다 더 견디기 힘든 게 그리움이라는 거지요. 

하기사 보고 싶어 사무치는 마음을 무슨 수로 견디겠어요. 

오랫동안 맑은 산사(山寺)에서 컴퓨터 원고지에 코박고 있는

당대의 시인 후배에게 그리움의 카톡이라도 하나 

날려야 할까 봐요. 

많이 보고 싶어!





"소나무가지에 걸린 달빛으로

정갈한 옷 한 벌 지어

숨 멎을 듯 그리울 때,

마음이 그대에게 가자고 할 때마다

꺼내 입으리"

-하영<달빛반야>


에이, 그런다고 막아지나요, 어디. 

숨 멎을 듯한 그리움이라면서. 

안돼요 그거.  





"어느날 그대는

그 어느날 그대 생각한

나를 생각지 못하리

길가에 그대 생각한

그 길가 지나면서도

그 그리움 알지 못하리"

-정삼조<다시 그리움을 위하여> 


먹먹해라. 

나를 향한 누군가의 그리움을 나는 알아 차렸을까. 

아니겠지. 어쩌나! 





"주린 그리움이 나를 삼킬 때, 

나는 제 몸을 다 먹어치운 뱀처럼 머리만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대흠<뱀>


진저리치듯 공감하는 사람 많을 거야. 

느낌 아니까~





"그믐밤, 손톱을 깍는다

(....)

쇄골이 드러난 달은

내가 한쪽 허리에 품고 살던 당신의 옛 이름

당신이 흘리고 간 머리칼이 친친, 국화 베개를 감았을 때

빛을 쓸어 담듯 자루 가득 손톱 조각을 모았다"

-유미애<손톱>


그리움이란 게 참 탐미적이구나, 생각했어.





발자국을 떼려니 더러운 게 정이라고 내 몸무게보다 

무거운 그리움에 아아 진저리가 쳐져요

-서석화<달빛여자 8-來美安>


얼마나 진한 기시감(旣視感)인지 

'아아, 그거 나도 알아요' 혼자 대답했지.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누가 누굴 탐하는 거 아니지만

그리움에 목이 메면

이겨낼 재간이 없다"

-정형택<상사화5>


맞아 맞아. 

매에만 장사없는 게 아니라 그리움에도 장사 없어. 

견뎌낼 재간이 없는 걸 뭐.





"물결이 다하는 곳까지가 바다이다

대기 속에서

그 사람의 숨결이 닿는 데까지가

그 사람이다

아니 그 사람이 그리워하는 사람까지가

그 사람이다"

-고은<그리움>


더 많이 알 필요 없겠어. 

눈 밝은 老시인이 거기까지면 충분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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