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수의 '마음詩처방'

아아, 밥이여, 밥 같은 그대여 2

힐링Talk 2013. 8. 6. 16:00

미운 사람이 있었습니다. 

우연히 그가 혼자 밥 먹는 뒷모습을 보다가

속죄하듯 마음으로 모두 품었지요. 

그 쓸쓸함, 연민, 친근함, 동지의식, 무방비성에

더 버티지 못하겠더라구요.

제게는 ‘밥의 힘’이 적나라하게 느껴지던

순간이었습니다. 

누구나 그런 순간이 있지 않나요.

아아, 밥이여! 

밥의 힘, 같은 그대여!





"밥상은 평평하다

농사꾼이든, 회장님이든

목사님이든, 스님이든

응달말 베트남 새댁이든


숟가락 한 개 젓가락 두 짝"

-김장일<평평한 밥상>


그래야 하구 말구. 

그게 우리 모두의 간절하고 소박한 꿈이라는 건

물어보나 마나지.  





"이 지구상에 아기의

발가락이 하나라도 남아서

풀꽃 같은 몸짓으로나마 꿈틀거리는 한

오오, 끝끝내까지 뜨겁게 끓여질 국밥이여

인간을 인간답게 이끌어 올리는

국밥이여 희망이여..."

-김준태<국밥과 희망> 


그런 국밥 같은 희망이라면, 

한 여름이 무슨 상관이야. 





"저녁 먹는 시간

나는 상에 숟가락 젓가락을 놓으며

금례누님 자리의 숟가락을

몰래 얼른 입속에 넣고는 놓았네


부잣집 맏며느리감이라던 금례 누님이 

그 숟가락으로 스스럼없이 밥 먹는 것

나는 숨막히게 지켜보았네

-최두석<그 놋숟가락>


초등학교 졸업반 때의 숨막히는 저 관능이라니.





"한평생 등이 휘도록

당신들의 삶을 위한

노동으로

생을 마감하지만

헛된 보상을 말한 적 없었네"

-이적<숟가락>


숟가락으로 빙의한 시인의 말을 들으니

나, 그동안 너무 무심하게 밥을 먹었나 봐. 

돌아보니 그런 숟가락 같은 존재들이 이렇게나 많았는데.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리는 아이티의 아이들은 

주식 대용으로 진흙쿠키를 먹는다지. 

그나마도 돈이 없어 마음껏 사 먹지도 못한다네.  


보고, 또 보아도 불에 구워낸 진흙 덩어리일 뿐인데

이 흙덩이가 어떻게

눈 맑은 아이들의 밥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이 진흙쿠키 앞에서 나는 인간이 아니다

마귀다, 개 똥구멍이다

-문창갑<진흙쿠키>


갈비가 왜 이리 질기고 맛이 없느냐고 씨부렁댄 적 있다,는  

시인의 절규에 그저 혀 깨물었지.





"남들은 나무라는데

내겐 이게 밥그륵이여

다섯 남매 갈치고

어엿하게 제금냈으니

참말로 

귀한 그륵이제

김 모락나는

다순 그륵"

-이지엽<널배>


본 적 있을거야. 

한쪽 무릎을 올려놓고 나머지 발로 개펄을 밀고 나가며

꼬막 등을 채취하는 스노보드와 흡사한 나무 널빤지. 

70년 넘게 그 널배를 탄 어머니들에겐 그게 밥그륵이라네. 

곧고 섬세한 시인, 이.지.엽.





"환한 햇살이기도

젖어오는 빗물이기도 한

그 말,


다른 것 하나 묻지 않으면서

사는 일을 다 물어오는"

-황미라<밥 먹었니?>


더 무슨 말이 필요하겠어. 

문득 그 말을 묻고 싶은 거리의 어떤 이들 생각나목이 메이는 느낌.






@ 힐링톡을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서도 받아보세요.

* 트위터 주소 : www.twitter.com/mindprism4u
* 페이스북 주소 : www.facebook.com/mindprism4u

* 카카오스토리 : 친구찾기 '내마음보고서' 검색 후 소식받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