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 이야기

계절의 미각이 살아나는 절기, <입하>입니다.

힐링Talk 2013. 5. 5. 08:00


입하(立夏)는 말 그대로 여름의 문턱에 들어서는 절기입니다.

올해는 5월 5일이 입하로 이제부터 초여름의 날씨가 시작됩니다.

변덕스럽던 날씨가 일교차 없이 안정되고 

신록의 푸르름이 성장(盛裝)한 모습으로 천지를 뒤덮어,

왜 5월이 계절의 여왕으로 불리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줍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도 입하의 절기식(節氣食)으로

쌀가루와 쑥을 버무려 시루에 쪄 만드는 떡, 쑥버무리를 해 먹습니다.

이때쯤 절정을 이루는 이팝나무의 흰 꽃들은 장관입니다.

꽃이 마치 흰 쌀밥처럼 온 나무를 뒤덮는 이팝나무 아래서

흰 꽃과 잎사귀를 닮은 쑥버무리를 먹는 상상만으로도 

계절의 미각이 살아나는 절기, 입하입니다.









메마른 땅에서도 스스로 잘 자라는 무공해 식물, 

쑥은 자기 태생처럼 건강식품이기도 합니다. 

‘좋은 쑥은 산삼을 능가한다’는 말까지 있습니다. 


쑥떡, 쑥전, 쑥국, 쑥차...

쑥은 웬만한 음식들과 대체로 잘 어울리지만, 

봄내음에 추억까지 담아 전하는 음식이라면 단연 

‘쑥버무리’입니다.


이름 그대로 아무렇게나 생긴 것 같은 쑥버무리는 

멥쌀가루에 어린 쑥을 골고루 버무려 시루에 쪄 낸 

아주 단.순.한. 음식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한 쑥버무리에는 이야기가 잔뜩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엄마와 밭두렁을 

한발씩 옮겨가며 한 소쿠리 쑥을 뜯던 생각도 나고, 

봄 날 대문을 들어설 때 갓 쪄낸 시루의 봄내음도 

모락모락 전해집니다. 


예전에 쑥버무리는 쌀이 부족해지는 시기에 

든든한 간식이 되어 준 구황음식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쌀에 부족한 칼슘을 쑥이 보충해주니, 

쑥과 쌀은 궁합도 좋습니다. 


그러고보니 쑥버무리 한 번 안 해먹고 

봄을 보낸다는 건 좀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