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마음을 만난 '이름에게' teaser3
<내마음보고서>는 심리검사 결과에 따라 개개인에게 꼭 맞는 처방시(詩)와 그 시의 한 문장을 선정하여 나만의 '보고서 제목'을 선물합니다.
내마음을 만난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가요?
원하는 날짜를 지정하여 <내마음보고서>의 첫 페이지 '나의 보고서 제목'와 '내마음을 만난 이야기'를 보내주시면 마인드프리즘이 한글자, 한글자 마음을 다해 당신의 이름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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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전지현>
아무르 강가에서 / 박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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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벌레 떼가 잔 날갯짓을 비벼대던 하늘이다
날벌레들은 닳아서 모두 떨어졌고 지금은 별빛들이 잉잉거리고 있다
강물줄기가 환하다 내 발등도 밝다
어느 날은 눈자위 꺼지고 귓속 깜깜한 저녁에
나는 걸어가며 몇 번이나 더듬대고 내 발걸음보다 더디게 흐르는 물줄기를 따라서 물줄기보다 더딘 발걸음으로 어디까지 오래 걸었던가 내 발걸음보다 더딘 걸음으로 뒤따라오는 발자국소리를 얼마나 길게 귀 기울여서 들었던가
자정에는 한 별자리가 내려와 등에 얹혔고
나는 내내 걸어서 강물줄기를 뒤따라간다 물에 떠 흘러가는 별빛 몇이 깜박이며 뒤돌아보며 걱정스레 두런거리는 여러 말들을 고작 한 두 마디도 못 알아듣는다
강 밑바닥에 별빛이 꽉 찼다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 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 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 밑의 어둠
내 머리 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 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 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