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때 가더라도 충만하게 가고 싶었다.
생각지 못한 기회로
내마음보고서를 처음 접했다.
내마음보고서에는
나에게 주는 시 한편이 있었다.
김충규 시인의 ‘가는 것이다’
나란 사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는,
그리고 앞으로를 위해 다독여주는
시를 처방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가는 것이다
김충규
어둠에 발목이 젖는 줄도 모르고 당신은 먼 곳을 본다
저문 숲 쪽으로 시선이 출렁거리는 걸 보니 그 숲에
당신이 몰래 풀어놓은 새가 그리운가보다 나는 물어보지 않았다
우리는 이미 발목을 다친 새이므로
세상의 어떤 숲으로도 날아들지 못하는 새이므로
혀로 쓰디쓴 풍경이나 핥을 뿐
낙오가 우리의 풍요로움을 주저하게 만들었지만
당신도 나도 불행하다고 말한 적은 없다
어둠에 잠겨 각자의 몸속에 있는 어둠을 다 게워내면서
당신은 당신의 나는 나의
내일을 그려보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태양의 순결을 믿고 있으므로
새를 위하여 우리 곁에도 나무를 심어 숲을 키울 것이므로
그래, 가는 것이다 우리의 피는
아직 어둡지 않다
가는 것이다.
사실 가야만 한다는 숙명을
진작 받아들이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입버릇 마냥
며칠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쉬고 싶다는 말을 하여왔는데
시를 받아보니, 그래, 가는 것이었다.
사실 그렇다.
쉬라면 언제든 쉴 수 있는데
나 스스로가 그러지 않았음을
그까짓 아프다 말하고 쉬고
(사실 이런 거짓말하기 두렵다.
말이 씨가 된다고 진짜 아플까봐)
지금 놀면 불안하다는 강박은 아닌데,
그냥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데 시를 곰곰이 읽다보니
예전부터 툭하면 얘기했던
언젠간 바뀌겠지,
그러니 계속 해야지가 생각났다.
그런데 갈 때 가더라도
충만하게 가고 싶었다.
상처를 거부할 수 없다는 건 알았지만
힘이 될 수 있게 하고 싶었고,
길을 가다보니
앙상한 뼈만 남은 생선이 되어
지나온 길을 원망하기 싫었다. .
그래서 가끔은
내마음보고서와 같은 쉼이 필요한 것 같다.
이런 시도가 문제를 해결해주진 않지만
쉼 없이 가고 있는 와중에 찰나의 틈은 준다.
그 기제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받은 상처가
성숙한 인간이 될 수 있는
힘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내가 준 상처가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알고 반성할 수 있도록
내가 가는 길에 몰래 풀어놓은 새가
있는지 사라졌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그 틈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http://cafe.naver.com/holgaboon/3400
------------------------
지금 심리검사지 작성하면
나만의 심리분석 보고서책을
2주후에 배송받는 <내마음보고서>
http://www.mindprism.co.kr/Report